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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유와 책임

Mariabronn 2015. 11. 15. 00:44

 저번 글에서 프레이밍 효과가 무엇인지 설명한 적이 있다. 2015년 11월 14일 조선일보 1면을 보고 나는 다시 그 효과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침부터 기분이 나빠졌다.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마치 시위대가 논술 수험생들을 고의로 방해하는 듯한 헤드라인이다. 나의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이를 통해서 조선일보는 '시위대는 나쁜놈!'이라는 틀을 은연중에 씌우려고 했던 것 같다.

 

 

 저 상황에 대해 해명하자면, 시위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최근 핫한 이슈인 국사 교과서 국정화 때문이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이 여름에 발표되었으면 아마 저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또한, 주말밖에 시위의 시간이 나지 않는다. 수능날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당국에서 수능 당일날의 시위는 허가를 안 내 주었겠지만.) 직장인, 학생들과 주부들이 두루 참여가 가능한 주말에 시위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주요 대학들의 논술 시험은 다음주 주말에도 여전히 있다. 지금 당장 시위를 안 한다고 해서 시위로 인한 교통대란이 안 일어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덤으로 저 기사의 지도에 실린 대학 대부분은 지하철을 통해 쾌적하게 캠퍼스에 도착할 수 있다.

 

 

 말이 길었지만, 요약하자면 집회의 자유를 부정하는 듯한 저 기사가 원천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으로도 보장받는 인간 기본권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권에 오묘하게 프레이밍을 해서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으려는 느낌이 들었기에 기분이 좀 불쾌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표현의 자유에는 남의 명예훼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을 우선 떠올릴 수 있다.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성립한다. 속된 말로 하자면, 병신보고 병신이라 해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집회의 자유에는 어떠한 책임이 따를까?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평화롭게 자신들의 뜻을 주장하고 알리는 것이 바로 집회의 자유에 따른 책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위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돌이켜보자. 버스를 넘어뜨리고, 쇠파이프로 의경들을 공격했다. 좌파 언론에서는 물대포를 맞고 위중한 상태에 빠진 60대 농민만을 클로즈업하지만 이 역시 시위대를 진압한 경찰들을 '나쁜 놈'으로 만드려는 프레이밍이다. 기사 어디에도 시위대가 화염병 등을 동원한 과격 시위를 했다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안전선을 넘은 것은 시위대이지, 의경이 아니다. 책임 없는 자유는 방종일 뿐이다.

 

 

 시위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침만 해도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저녁이 되니 자유에 따른 책임이 이슈가 되었다. 중립적인 시각에서 우리나라를 관찰하기에 좋은 사건이 일어난 것 같아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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