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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척]절대음감의 시선에서 본 세상

Mariabronn 2014.09.30 20:15

 살다보면 느낌에 꽂히는 음악이 생기기 마련이고, 음악의 이름이 궁금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요즘이야 앱에 음악을 들려주면 제목과 가수까지 알려준다지만, 그마저도 못 했을 경우에는 인터넷에 물어볼 수밖에 없다.

 자, 인터넷에 모르는 음악을 물어본다 치자. 뭐라고 정보를 전달할 것인가? 작곡가? 알았으면 진작 검색해봤을 것이다. 가사? 가사도 정확히 들었으면 검색해봤을 것이고, 심지어 'Put Your Hands Up'을 '북쪽에서'로 듣는 사람은 영영 노래를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결국 수많은 네이버 지식인들은 자기가 노래에서 느낀 리듬과 임팩트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여 질문한다.
"노래 좀 찾아주세요... 빠빠빠빰! 빠빠빠빰!"
혹시 저것을 읽고 무슨 노래인지 짐작이 가는가? 상황을 쉽게 지어냈으니 조금만 생각하면 답이 나올 문제이다.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음악 찾는 문제가 기본적으로 질문자와 답변자의 초성 퀴즈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답변자는 곡의 빠르기와 장/단조, 박자도 모른 채 단지 질문자의 심정과 들을 법한 곡을 추리해서 답해야 한다. 'ㄱㄹ'을 보고 걸레인지 고랑인지 구령인지 구라인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정답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었다. 만약 모든 세상 사람들이 절대음감이었다면 질문을 다음과 같이 하지 않았을까. 그럼 적어도 답변자 입장에서는 피아노로 쳐 보고 짐작이라도 가능해진다.
'솔솔솔미b 파파파레 이렇게 시작하는 곡 이름이 뭔가요?'

 절대음감을 갖고 있다고 잘난 척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이거 사는데 별 도움 안 된다. 가끔 기타 리프를 따거나 조이름 알아내는데 쓰일 뿐이다. 그래도 가끔씩 지식인의 저런 질문을 보면 안타까워진다. 저 사람도 분명 노래가 필히 찾고 싶어서 저런 방식으로라도 표현한 것일텐데. 상대음감을 가진 자들에게 원하는 음악을 글로 표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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