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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쿠드랴프카의 차례

Mariabronn 2016. 3. 17. 11:13

 소설 고전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쿠드랴프카의 차례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단 장르는 추리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중학생 때 셜록이나 뤼팽 시리즈를 종종 읽었는데요. 비교적 활동량이 많은 저 둘과는 달리 이번 소설의 탐정은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입니다. 다시 말해 이 시리즈의 주인공 오레키 호타로는 직접적인 증거 확보 없이 오로지 생각만으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유형의 탐정입니다.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이야기의 전개와 짜임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네 명의 인물, 두 개의 사건이 하나의 소재와 주제를 중심으로 얽혀나갑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들은 한 소재에 하나의 사건이 얽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 안에서는 만화책 한 권에 대해 두 사건이 동시에 얽혀 돌아갑니다. 뿐만 아니라 각각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제의식이 동일하다는 점도 신기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추리물로써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추리소설들이 문제와 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살인이나 귀중품 절도 등의 과장된 상황을 많이 만들어내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 고등학생이고 배경이 학교이니만큼 추리 문제도 현실성이 있으며 답을 찾아나가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다 읽고 처음부터 읽으면 작가가 문제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니까요.

 

 

 작품의 중후반부를 강타하는 주제 의식은 재능 있는 자와 재능 없는 자 사이의 갈등입니다. 추리소설에 뭔 주제의식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고전부 시리즈가 전반적으로 그렇듯이 추리소설에 청춘물의 느낌이 많이 섞여있습니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뜨거운 주제가 바로 재능과 노력에 대해서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범인(凡人)들은 천재를 이길 수 없다는 내용인데요. 이 책을 읽고 재능 없는 자들의 서글픔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노력을 하다가 결국에는 좌절하는 모습까지도 나와 있으니까요.

 

 

 앞서 말했듯이 시리즈물이긴 하지만, 굳이 처음부터 안 보고 한 권만 보셔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소설 내에서 웬만큼 설명이 되니까요. 고등학교 축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가벼운 추리물을 읽으면서 시끌벅적한 축제 속 학생 때의 기분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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