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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어디까지 경험해야 비판할 수 있나?

Mariabronn 2016. 3. 30. 12:18

 특정 분야에 해박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핀잔을 줄 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이거다.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이런 발언은 유명인들이 할 때 특히 구설수에 오르기 쉽다. 당연히 듣는 입장에서는 화가 나기 마련이다. '자기가 알면 뭐 얼마나 안다고!'하고 생각하거나 '꼭 잘 알아야만 뭐라고 할 수 있는건가?'라고 의문을 품기도 한다.




 한 예로, 축구선수 기성용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발언이 인터넷에 남아있다. TV로 축구 보면서 답답하면 우리들이 직접 가서 뛰라고 말한다. 술집에서 "밥 먹고 공만 차는 것들이 저것밖에 못 하냐~"하던 아저씨의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인 허영무도 비슷한 발언을 남겼다. 한창 허영무가 슬럼프 기간일 때, 마찬가지로 싸이월드에 위와 같은 발언을 남긴 것이다. 이는 "겜알못"이라는 유행어가 되었고, 그 후 허영무가 스타리그 2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재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경험해야 그 분야의 사람들에게 비판할 수 있을까? 일단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확실히 비판(비난)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기 규칙을 위반한 경우는 우리가 프로 선수가 아니라고 할 지라도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김광현의 빈 글러브 태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를 일반화하자면, 원칙이 엄격히 세워져 있는 경우에 한해서 우리는 경험이 부족하거나 없더라도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한 마디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할 수 없는 영역이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힘들다. 특히 경기력 같은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다. 위에 나온 기성용과 허영무의 경우도 겉으로만 보면 간단해 보인다. 축구는 단순히 패스 잘 하면서 골을 상대보다 많이 넣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도 마찬가지로 상대보다 잘 하면 되는 게임이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은 우리와 같은 게임이나 스포츠를 하면서 얼마든지 다른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심오한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글의 제목에 대한 주관적인 답을 하자면, 이 문제는 경험의 유무와 정도를 구분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비판 가능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는 문제로 논의의 초점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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