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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만화ㆍ애니메이션

[서브컬쳐]인간성에 대해 다루는 작품들

Mariabronn 2017. 2. 21. 14:42

[덕후지수 : ★★★★☆]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관련 글도 정말 오랜만에 쓰네요. 조만간 바빠질 것 같아서 미리 써야겠습니다. 이번 주제는 그 동안 생각만 하다가 미뤄왔던 인간성에 대해서입니다. 매체 특성상 초능력을 가진 인간 혹은 인간과 비슷한 것들이 자주 등장하게 되는데, 이 때마다 그 개체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가 들어가게 됩니다. 가끔 주인공들이 자신은 과연 인간인지 자아성찰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작품별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스포일러 목록


Darker Than Black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

꼭두각시 서커스

기생수








 07년 작품인 Darker Than Black에서는 계약자라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특수한 경위로 인해 계약자가 된 인간은 각종 초능력을 얻게 되지만, 감정을 잃게 됩니다. 작중에서도 계약자는 인간보다 못한 잔인한 존재로 천대당하고, 인간 대 계약자의 대결 구도가 내용의 주된 골자입니다. 계약자 없는 인간들만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판도라와 계약자만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조직들이 대립하는 가운데 주인공 헤이는 계약자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자 합니다. 감정이 없는 계약자라 할 지라도 결국엔 다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원작 만화와 그를 바탕으로 나온 애니메이션인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에서는 오히려 감정을 느끼는 인간같은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2차 대전 때 쓰이던 군양함에서 인격체 비슷한 멘탈 모델이 나온다는 설정인데, 주인공 편에 합류하게 되는 함선들의 멘탈 모델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원래는 한낱 고철덩어리에 불과했을 멘탈 모델들이 우정이나 사랑 등을 느끼는 것이 작중에 자주 등장합니다. 참고로, 시기적으로 이후에 출시된 함정 컬렉션과는 전혀 연관이 없으며, 작품 내에는 어떠한 우익적인 요소도 찾아볼 수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꼭두각시 서커스에서도 감정이 중요한 이야기 전개의 도구가 됩니다. 작중 등장하는 자동인형들은 그 주인인 여왕 프란시느 인형을 웃게 하고자 사람들의 피를 섭취하며 연명합니다. 이에 대적하는 시로가네라는 집단의 엘레오놀은 어릴 때부터 인형처럼 자라 아무런 감정 없이 자동인형들을 파괴하고 다닙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생략하도록 하고, 결국에는 인형 같던 엘레오놀이 감정을 찾으면서 행복해하는 내용입니다. 프란시느와 엘레오놀이 모종의 관계가 있는데, 이는 작품의 재미를 너무 해칠 것 같으니 쓰지 않겠습니다. 사족으로, 본 만화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것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 작품을 고르겠습니다.



 참고로 만화 내 등장하는 올랭피아라는 꼭두각시 인형이 있는데, 이 캐릭터의 모티브는 독일 낭만문학 작가인 E. T. A.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에 등장하는 올림피아입니다. 모래 사나이 속 올림피아 역시 자동인형인데, 인간과 기계의 차이가 무엇인지 의문을 남기면서 주인공의 정신이상을 유발하게 되지요. 혹시 꼭두각시 서커스를 보실 분이라면 이 단편소설도 읽어보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표지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인간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생수입니다. 지금부터 20년도 더 전에 완결났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주제의식이나 구성이 빼어나기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높게 치는 만화입니다. 우연찮게 우주에서 온 괴물이 오른손에 기생하게 된 주인공은 인간 사회를 어지럽히는 다른 괴물들을 없애나가기 시작합니다. 한편 혼란한 틈을 타 잔혹한 짓을 즐기는 연쇄살인마 우라가미라는 캐릭터도 등장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우주괴물들은 차라리 인간을 모방하면서 사회에 녹아드는 게 낫겠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나 만화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작품의 백미는 마지막 권, 우라가미가 주인공 여자친구를 인질로 잡고 다그치는 장면입니다. '본능에 따라 정직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내가, 괴물과의 돌연변이인 너보다 더 인간다운 것 아니냐?' 물론 주인공의 답변을 확인하는 건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인외물(人外物)이 인간을 모방한다는 점입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인간 복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인간 복제를 다루는 작품은 만화보다는 문학에 더 많습니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자동인형들이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었구요. 이 역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따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멋진 신세계 /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 프랑켄슈타인 박사 / 지킬과 하이드 등의 작품을 소개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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