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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의 게임 내 확률아이템 규제 현황에 대해

Mariabronn 2018. 3. 1. 17:02

 발표용으로 만들었던 내용을 다듬어서 글을 남깁니다. 학기 시작되면 또 여기에 글을 남기는 게 힘들어질 듯 합니다. 2017년 10월~11월 경의 정보라 현재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가챠'의 유래

 흔히들 게임 내 확률 아이템을 뽑기 아이템, 혹은 가챠라고 부릅니다. 이 가챠는 미국의 검볼(gumball) 자판기에서 유래했는데요, 일본에 들어와서 레버 돌리는 소리가 '가챠가챠'처럼 들린다 하여 가챠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2. 유저들이 왜 화나는가


 우선 위 사진같은 전통적인 뽑기를 생각해봅시다. 예를 들어 기계 안에 50개의 볼이 들어있고 제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라 칩시다. 그렇다면 첫 뽑기에서 당첨될 확률은 1/50이지만, 꽝을 뽑으면 뽑을수록 당첨을 뽑을 확률이 올라가게 됩니다. 50개 전부를 뽑게 되면 하나는 당첨이 반드시 됩니다. 실제로 일본에는 아직 이러한 뽑기가 많이 남아있으니 전통적인 저격(원하는 것을 뽑는다는 표현)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상의 뽑기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위 0.1% 확률로 당첨되는 아이템은 천 번 뽑으면 반드시 한 번은 나온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운이 나쁜 사람들은 아마 이천 번을 뽑아도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사고실험을 하자면, 확률 100%인 뽑기는 1번만에 저격이 되지만 확률이 50%인 뽑기는 평균 2번을 뽑아야 저격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확률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기댓값이 1이 되도록 하는 횟수를 시도한다 하더라도 뽑을 가능성은 63%에 수렴합니다. 즉 못 뽑을 확률이 37% 가량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제가 이전에 정리해둔 글이 있습니다. (참조) 물론 뽑기에서 저격을 여러 번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겠지만, 과연 0.1% 확률 아이템을 여러 번 건질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분명 두 개 이상 뽑을 경우도 있겠지만, 이는 한 번도 당첨이 안 될 확률 37%보다 작습니다. (수학적으로 계산해봐도 됩니다. 이 부분은 여러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래서 게임 매니아들은 확률 요소가 들어간 게임을 싫어하게 됩니다. 특히 그 확률 요소가 과금과 직결되어 있다면요. 반대로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수입원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희귀한 아이템을 현금으로 파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현금으로 뽑기를 사게 하고 그 뽑기의 당첨확률도 맘대로 바꿀 수 있으니까요. 이는 데스티니 차일드 등 일부 모바일게임들이 보여준 폐해이기도 합니다.


3. 일본의 규제 현황


 게임 상에 가챠를 도입한 것의 시초는 일본의 메이플스토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가챠에 대한 관심과 부작용에 대해 잘 알려져 있는 모양입니다. AKB48 컴플리트 가챠 (컴플리트 가챠란 가챠로 모은 경품 중 특정 조합으로 다시 상품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감 완성 가챠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논란 등이 있었고, 결국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컴플리트 가챠가 법으로 금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게임 가챠 확률을 터무니없이 낮게 만들어도 되는 걸까요? 일본 온라인 게임협회(JOGA)가 자율규제방침을 만든 것이 있습니다.



 간단히 살펴보자면, 유료가챠 1회/10회 이용시 나오는 아이템의 가치가 1회/10회 이용 가격보다 높을 것, 특정 아이템을 얻기 위한 금액이 5만엔 이하일 것, 가챠 아이템 확률의 상한과 하한을 표시할 것 등이 있습니다. 물론 자율규제기는 합니다만, 대다수의 온라인게임이 자율규제방침을 지키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4. 한국의 규제 현황


문과식 확률 레전드

 한국은 2008년 만든 규제 방침이 있었습니다. 다만 엄청 대충 만들었는지 위 표도 규제에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17년 2월 15일 제정하여 7월 1일부터 시작한 확률아이템 자율규제 방안이 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거의 일본과 동일한 방식의 내용입니다. 1회 규정이 있는데 10회 규정을 따로 만든 이유는, 추측컨대 10연차의 경우 규제를 교묘히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5. 중국의 규제 현황

 중국은 국가에서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강제적이라는 점이 한국, 일본과의 차이점입니다. 대략적인 내용으로는 사실적인 확률 공개 및 기록 보관 등이 있습니다.


중국은 확률 공개를 강제화하고 있기 때문에 LOL 게임의 상자 역시 확률을 공개해둔 모습입니다. 스킨과 와드, 영웅 등장 확률이 합이 100%가 되도록 공개되어 있습니다.


6. 실효성이 있는가?


 한국이 자율규제방침을 도입하면서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실효성에 의문이 듭니다. 우선 첫째는 아이템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 게임회사라는 것입니다. 위 자율규제 방안에는 '가치'라고만 언급해 두었지 '게이머 체감 가치'라고 써 놓지는 않았습니다. 유저들이 그닥 쓸 일이 없는 아이템, 속칭 잡템을 뽑기에서 나오게 해 놓고 그 아이템을 현금 천 원이라고 게임회사가 마음대로 매기면 뽑기 1회 가격을 천 원으로 해도 규제 위반이 아니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던파의 빵, 우유가 있습니다.)

 또한 현금 아이템에 게임머니로 2차 도박을 하게 만드는 교묘한 수법이 있습니다. 이 역시 던파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칭호 옵션이 그 예입니다. 칭호는 돈을 주고 사야 하지만, 칭호만 끼면 효율이 거의 없습니다. 게임머니로 칭호에만 쓸 수 있는 아이템을 따로 사서 도박해야 하는데, 이 확률은 비공개입니다. 게임머니 역시 현금으로 거래가 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형식을 컴플리트 가챠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7. 방향성에 대한 제안


 최근 매스이펙트 안드로메다가 게임 한정판 패키지에 가장 중요한 게임은 포함시키지 않아서 빈축을 샀습니다. EA의 스타워즈 배틀프런트 2 역시 지나친 과금 유도 및 가챠로 욕을 먹었구요. 그런데 게임회사의 행보도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게임 개발 비용은 갈수록 올라가는 반면, 게임 패키지 가격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거의 그대로거나 오히려 싸진 상황입니다. 게임회사 측 입장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적어도 본전을 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챠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는 게임회사와 게이머 간에 서로 이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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