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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표현의 자유와 이중잣대, 그 거부할 수 없는 유혹

Mariabronn 2015. 1. 21. 08:43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 때문에 다시 한 번 표현의 자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을 간단하게만 요약하자면 프랑스 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서 강도높은 이슬람 풍자를 다루었고, 이에 격분한 무장세력이 총기로 테러를 가한 사건이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죽었다며 난리법석을 떨지만, 또 한편에서는 막상 프랑스 언론은 이슬람 풍자에만 관대하지 유대인 풍자에는 길길이 날뛴다며 '표현의 자유가 지닌 이중성'을 꼬집기도 했다.

 

 

 살펴보고 싶은 점은 바로 이 대목이다. 표현의 자유가 지닌 이중성이라. 이해하기 쉽게 풀어 말하자면 이거다. '나는 내 마음대료 표현하겠지만, 너가 내 맘에 안 드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포장할 수 없다.' 정치색 가득한 사이트 이용하시면서 생각없이 키보드만 두들기는 몇몇 분들에게는 참 따끔한 지적일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분들도 자신들의 이중잣대를 깨닫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안 고치는가? 편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표현은 마음대로 하고 싶다. 그럴 때에는 표현의 자유를 선발등판시킨다. 하고 싶은 말 다 해본다.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정치인도 마음껏 욕해보고, 재미있는 합성물도 만들어 본다. 그런데 자신과 정치색이 정반대인 사람들도 잘 보니 자신과 똑같은 짓을 한다. 그럴 때에는 윤리니 도덕이니 상식이니 해서 벌떼야구마냥 계투진을 투입한다. 물론 마지막 마무리투수는 정신승리라는 최강병기가 있기 때문에 걱정없다.

 

 

 이러한 현실이 부끄럽지 않은가? 왜 자신은 하고싶은 대로 하고 남이 똑같이 하면 '표현의 자유'를 급격히 철회하고 정신승리하는가. 사실 정신승리로만 끝나면 다행이다. '일베충'과 '좌좀'이라는 말이 오가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게시판은 아수라장이 된다. 도대체 한 사람의 주장이 그 사람이 '일베충'이나 '좌좀'인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한국 사회의 미성숙 때문이라고 하고 넘어가자. (자세히 말하자면, 전형적인 인신 공격의 오류이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은 거짓말이야. 왜냐하면 저 사람은 정말 못생겼거든.'이라 말하는 것과 하등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문제는 사람들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생각 없이 잣대를 두개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다.

 

 

   

 

 위 사진을 보자. 하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쥐와 합성한 '쥐명박'이고,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코알라를 합성한 '노알라'이다. 이 두 사진에 '표현의 자유'라는 본질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가? 누구는 정치를 잘 했고, 누구는 정치를 못 했기에 정치 못 한 사람은 합성을 당해도 싸지만 정치 잘 한 사람은 합성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저 반론은 허점투성이일 뿐이다. 애초에 한 사람의 정치적 업적과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연관되는지가 의문이며, 그런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정치라는 것이 원래 한쪽 편을 들어주는 것이므로 누구에게는 밉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쪽 사진에만 낄낄대면서 다른 쪽 사진에는 정색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표현의 자유라는 잣대를 사용할 것이면 두 사진 다 즐기면 되고, 윤리나 도덕이라는 잣대를 들이댈거면 두 사진 다 정색하는게 정답인데 말이다.

 

 

이중잣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닐 지도?

 

 

 언젠가 이 포스트의 댓글란이 지저분해 질 날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지금이야 재미도 없고 인기도 없는 블로그지만,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이 글의 댓글란에도 속칭 병림픽이 발생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댓글로 치고받으면서 서로 싸우다가 상대방 주장이 자신과 동일한 논리를 사용하고 있음을 깨닫고 반성하는 사람들이 여기서라도 생겨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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