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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사이코-패스(PSYCHO-PASS) 1기 리뷰 - 제도의 불완전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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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사이코-패스(PSYCHO-PASS) 1기 리뷰 - 제도의 불완전성

Mariabronn 2015. 1. 24. 17:55

[덕후지수 : ★★★★☆]


 이번 애니메이션은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 『1984』, 『멋진 신세계』를 읽어 보신 분이라면 주제의식에 몰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도 다 같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사고가 들어가 있다고나 할까요.


 마찬가지로 스포일러가 있으니 최종 평을 끌어올려야겠군요. 특이한 점은 한 화가 50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짧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스토리가 길게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긴박감이 넘친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네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최종보스의 명백한 행동 동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도 이번에 소개할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지만, 저는 좀 찝찝한 느낌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 이제 간략한 줄거리와 함께 본격적인 주제의식을 다뤄보겠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사회는 뭐랄까, 얼핏 보기에는 무척이나 잔인하고 삭막합니다. 시빌라 시스템이라는 중앙 정부같은 존재가 개인의 직업 및 예술행위부터 크게는 경제 성장이나 도시의 치안까지 다스립니다. 예를 들자면 나의 흥미가 음악에 있다고 하더라도 적성이 행정으로 판단될 경우 행정과 관련된 직업을 갖게 됩니다. 또한 도시 내의 예술은 시빌라 시스템에게 허가받은 예술가들만 활동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부분은 바로 도시 보안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형사들은 모두 도미네이터라는 총을 들고 다니는데, 사람에게 겨누면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시빌라 시스템이 판단하여 점수로 나타냅니다. 이를 사이코-패스(Psycho-Pass)라 하는데 이 수치가 특정 기준 이상으로 올라갈 때만 발포가 가능해집니다. 또한 수치에 따라 마취를 할 것인지, 아예 그 자리에서 사살을 할 것인지를 정합니다. 위 영상은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자료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사회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멋진 신세계나 1984를 언급했던 이유도,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사회와 너무나 닮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특이하게도 이 사회의 시민들은 거부감 없이 시빌라 시스템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모양입니다. 시빌라 시스템의 통치를 거부한다고 생각만 해도 범죄계수가 올라간다니 참으로 무섭기 그지없군요. 그런데 어느 제도나 그렇듯이 완벽한 제도는 없는 법이지요. 저 보안시스템에도 예외가 등장해 버립니다.



 바로 이번 애니메이션의 악당 마키시마 쇼고입니다. 이 사람은 특이하게도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범죄계수가 올라가지를 않습니다. 살인을 하는 순간에도 범죄계수를 0을 유지할 정도로요. 그는 이런 자신의 특성을 이용하여 시스템을 농락하기 시작합니다. 범죄계수가 정상인 사람들도 범행 도구만 주어지면 잠재범이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시민들과 범행 수단을 이어주는 범죄 코디네이터같은 역할을 합니다. 보통은 저런 발상을 가진다는 것 자체로도 범죄계수가 올라가야하는데 말이지요.


 어쩄든, 결국은 권선징악이라고 마키시마 쇼고는 주인공들의 손아귀에 잡히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주제의식이 드러납니다. 현재 운영하는 시빌라 시스템으로는 마키시마 쇼고를 집행할 수 없지만 범죄자임에는 틀림이 없으므로 결국에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한 편에서는 옛날의 사법 제도를 (작품 내에서는 시빌라 시스템이 모두 처리하므로 사법 제도도 사라졌습니다) 빌려와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 편에서는 그냥 사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제도의 불완전함을 개인이 메꿀 수 있는가'가 이번 애니메이션의 핵심 주제입니다. 만화 데스 노트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 애니메이션과 닿아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도가 잡을 수 없는 법적 심판의 대상을 린치(lynch)로 해결한다는 부분이 동일하다.



 여주인공 츠네모리 아카네는 재판의 부활을 주장하면서 사적인 집행을 말리지만, 끝내 마키시마 쇼고는 남주인공 코가미 신야의 손에 들아가 총살당하는 것으로 애니메이션이 마무리됩니다. 살인을 했기에 코가미 신야의 범죄 계수도 사살 처분을 받을 만큼 높아졌을 것이므로, 애니메이션이 끝나면서 남주인공은 잠적합니다. 어찌보면 불완전한 시스템이라도 개인이 그 틈을 메꿔서는 안된다고 넌지시 이야기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극장판에서 코가미 신야와 시빌라 시스템의 행방이 등장한다고 하니 주제 의식에 대한 제작진들의 답은 조금 더 뒤에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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