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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집합에도 크기가 있다!

Mariabronn 2015. 4. 24. 14:41

 이번에도 제목은 거창합니다만 내용은 고등학생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내용입니다. 집합에도 크기가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참 쉽습니다. 다음과 같은 집합이 있다고 쳐 봅시다.



   



 그렇다면 이 집합의 크기가 같다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이 가실 겁니다. 원소의 갯수가 같기 때문이지요. 수학적 표현으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그러나 과연 무한집합에서도 저렇게 집합의 크기를 잴 수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자연수 집합 중에서 짝수와 홀수의 갯수는 같습니다만,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심술맞은 학생들이 왜 같은지를 물어본다면 현재 수준에서는 대답하기가 조금 곤란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원소의 갯수가 같다'라는 것을 엄밀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같다'는 것은 집합 사이의 일대일대응(전단사함수, 영어로 하면 bijection)이 존재하는지로 확인을 합니다. 앞서 든 예를 살펴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함수를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정확히 홀수 하나당 짝수가 하나 정해지고, 반대로 짝수 하나에 대해 거기에 대응되는 홀수도 하나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함수 f는 일대일대응이고, 짝수와 홀수의 갯수가 같다고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다음과 같은 함수를 생각하면 조금 파격적인 주장이 가능합니다.





 이 함수를 생각해 보면 자연수 하나당 짝수 하나가 대응되고, 반대로 짝수 하나당 자연수 하나가 반드시 연결됩니다. 따라서 자연수 전체와 짝수 전체의 집합의 크기가 같습니다. 또한 앞서 살펴 본 것처럼 짝수와 홀수의 크기가 같으므로 자연수, 짝수, 홀수의 집합의 크기는 모두 동일합니다.



 심오한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조금 더 재미있는 함수를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다음과 같은 집합을 떠올려봅시다. 집합 A는 0이 포함되어 있지만 집합 B는 0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두 집합의 크기는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잘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 오른쪽 집합이 원소의 갯수가 하나 모자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일대일대응을 만들어 주면 아무리 고집불통인 사람이 오더라도 수학의 세계에서는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그런 고집불통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함수를 만들어줍시다.





 이렇게 만들어 주면 함수 h는 함수의 정의에 위반되지 않으면서 훌륭한 일대일대응이 됩니다. (일대일 대응이 되는지는 직접 확인!) 그리고 이 함수 h의 치역은 정확히 우리가 원하던 집합 B가 됩니다. 결국 원소 하나 정도의 차이가 나지만 집합의 크기라는 거시적인 시각으로 볼 때는 지장이 없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약간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고 마치겠습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적거리면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자연수와 정수와 유리수의 집합은 크기가 모두 동일합니다. 여기까지를 가산집합(countable set)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원소나열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집합들이라는 것입니다. 수학적 기호로는 다음과 같이 표시합니다. (우측의 그리스 문자는 aleph-naught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실수는 어떨까요? 집합론이라는 분야의 선구자인 칸토어(Cantor)는 자연수에서 실수로 가는 일대일대응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대각선 논법이라고 검색하시면 바로 결과가 나올 겁니다. 아래 사진을 통해서도 대충 이해는 가능합니다.) 마침내 우리는 자연수보다 크기가 큰 무한집합을 찾아낸 셈이지요.






 또 하나 더 설명하자면, 자연수 집합의 모든 부분집합을 모아놓은 집합(멱집합; power set)에서 실수로 가는 일대일대응이 존재함을 쉽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진법 전개의 유일성을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음과 같은 표기를 하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에서' 최초의 uncountable set이 드디어 등장한 것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원소나열법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집합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과연 최초의 uncountable set이 실수일까요? 그 사이에 실수보다 크기는 작지만 uncountable한 집합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 


 많은 수학자들은 연속체 가설(continuum hypothesis)이라 불리는 이 문제를 고민하게 되었고, 소문에 의하면 칸토어도 이 문제를 풀려다가 정신병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칸토어가 죽고 나서 수학자들은 선택 공리를 추가한 ZFC 공리체계 상에서 저 가설은 증명도 불가능하고 반증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용어들이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 쉬운 말로 풀어 쓰자면 "알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뭐 이렇게 수학이 애매해!"라고 화내실 법도 하지만, 이미 괴델은 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특정 명제는 참임에도 불구하고 증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논리 체계만으로 진행되는 학문인 수학에서도 이러한 불완전성이 있다는 점이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다가 마지막에 너무 어려운 말들만 써 놓은 것 같지만 구글에 검색하시면 위키피디아에서 용어의 간략한 의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그럼 다음에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도 나름 있는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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