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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옛 사랑 對 새 사랑

Mariabronn 2015. 12. 28. 19:45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은 글의 좋은 소재임에 틀림없습니다. 작게는 이를 매개로 한 사소한 에피소드부터, 크게는 연애전선이 주제의식까지 확장되는 사례도 여럿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 역시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것은 삼각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연애 이야기가 그렇게 주된 줄거리가 아니거나, 중요하지 않은 글에서도 줄거리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굳이 연적들이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아닌 상황도 살펴보고자 합니다.

 

 

 

 

 

※ 주의 : 다양한 작품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 <위대한 유산>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엄청난 앙의 유산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그 후일담을 통해 인간성이 성숙해가는 모습을 주로 보여줍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에스텔러를 향한 주인공의 지나친 사랑이 결과적으로는 패착이 됩니다. 왜냐하면 주인공 핍에게는 나이도 비슷하고, 어느 정도 서로에게 호감도 있는 비디라는 여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핍은 에스텔러에게 한 눈에 반했기 때문에 비디가 눈에 찰 리가 없었겠지요. 에스텔러가 다른 남자랑 결혼했을 때 뒤늦게 비디를 떠올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어릴 적 자기를 돌봐줬던 자형(姉兄) 조와 결혼했거든요. 정리하자면 에스텔러에게는 어장관리 당했고, 비디는 잡아놓은 물고기라고 착각하다 진상을 깨달은 뒤 후회하는 형국입니다. 옛 사랑, 새 사랑 따질 것 없이 주인공의 패배입니다.

 

 

 

 다음으로는 토머스 하디의 대표작 <테스>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뒤흔들었던 이 작품은 혼전순결과 처녀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고 합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시골 마을의 가난한 집안에 사는 테스는 일자리를 얻고자 사촌 친척을 찾아갑니다. 그러다가 탕아 알렉에게 강간당하여 아이를 낳지요. 아이는 생후 1년도 되지 않아 죽고, 테스는 도망치듯 마을을 나와 농장에 취직합니다.

 

 그 곳에서 목사의 아들 에인절을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합니다만, 테스의 비처녀 고백을 들은 에인절이 변심을 합니다. (정작 자기도 결혼 전에 총각 딱지는 뗐다고 자백했습니다.) 이야기의 결론은 검색하면 여기저기서 나올 테니 이 정도로만 하고, 연애 관계에 초점을 맞춰봅시다. 불쌍한 여자 하나가 바보같은 남자 둘 사이에서 고통받다 끝장나는 모양새이니, 그냥 남자 주인공들을 욕하면서 읽으시면 됩니다.

 

 

 

 사랑 이야기가 나오면 빼놓을 수 없는 명작, 스탕달의 <적과 흑>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삼각 관계의 내용이 주가 되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쥴리앙은 신분 상승을 위해 여자들을 유혹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먼저 시장 아내인 레날 부인을 유혹하는 데 성공한 뒤, 염문설이 떠돌자 파리로 도망가서 후작의 딸 마틸드를 임신시키는 데까지 성공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새 사랑이 승리를 쟁취한 것처럼 보이겠으나, 레날 부인의 편지 한 통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쥴리앙은 참수형을 당하게 됩니다. 굳이 판정승을 주자면 임신한 새 사랑 마틸드에게 줘야 할까요.

 

 

 

 서브컬쳐에 조금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눈치를 챘을 수도 있습니다. 주된 줄거리가 희대의 막장 게임 <스쿨데이즈>와 상당히 흡사합니다. 여기서는 애니메이션 판 줄거리로 이야기를 이어보겠습니다. 주인공인 쑥맥 마코토는 조용한 여학생 코토노하에게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사랑을 도와주겠다며 접근한 세카이에게 이내 마음을 빼앗깁니다. 겉으로는 코토노하랑 사귀면서 세카이와의 비밀 연애도 지속됩니다.

 

 세카이가 임신한 것 같다고 마코토에게 알리자 마코토는 도망치듯 코토노하를 찾아갑니다. 코토노하도 주인공을 받아주면서 해피엔딩이 되나 싶었습니다만. 마코토는 방심한 틈에 집에 와 있던 세카이에게 칼 맞고 저세상 가십니다. 뒤늦게 전말을 깨달은 코토노하는 세카이를 불러내 톱으로 기습의 일격을 가하고 마코토 길동무로 보내버립니다. 위의 사진은 진짜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세카이의 배를 가른 뒤 이어지는 코토노하의 독백입니다. 굳이 승리를 따지자면 목숨도 지키고, 최종적으로는 마코토의 선택을 받았던 옛 사랑 코토노하가 될려나요.

 

 

 

 그렇다면 정말 행복하게 결말이 나는 삼각관계 내용은 없을까요?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의 단편 희곡인 <스텔라>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페르난도는 체칠리에와 결혼하여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갑자기 삶에 염증을 느끼고 떠나갑니다. 그 이후 한적한 시골에서 스텔라라는 다른 여성을 만나 또 행복하게 살다가, 또 도망갑니다.

 

 우연하게 스텔라와 체칠리에는 만나서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다가, 기다리는 남자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기막힌 타이밍에 나타난 페르난도는 둘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일부이처제라는 예상치 못한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주인공 페르난도를 욕할 수는 있겠으나 결말만 놓고 보면 여태 나온 다른 이야기들보다는 훨씬 더 낫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괴테가 세간의 비난에 시달렸는지는 몰라도 이후 이 작품은 개작되었는데, 스텔라는 독약으로, 페르난도는 권총으로 자살하는 내용입니다. 역시 한 여자한테만 잘 하라는 교훈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인 걸까요.

 

 

 

 이 외에도 고려했던 작품은 많았습니다만, 삼각관계라고 보기는 애매한 작품들은 넣지 않았는데요. 그 목록으로는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아베 코보의 <타인의 얼굴> 등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문학에 흥미가 생기셨다면 저 작품들도 읽어보기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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