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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너의 이름은 후기(스포주의)

Mariabronn 2017. 1. 20. 19:12

 

 

 

 

 요즘 이 영화가 아주 핫합니다. 너도나도 재밌게 봤다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언급될 수준입니다. 뉴스에도 나왔구요. 그런데 '혼모노'인 저는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항상 궁금함이 생깁니다. 일반인들에게 어떤 애니메이션이 통하는지 가벼운 분석글을 쓴 적이 있거든요. (링크)

 

 

 저도 최근 친구들과 함께 너의 이름은.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이후로 생긴 반골 기질이 아직 남아 있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인기몰이할 영화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잘 만든 영화임에는 분명하고,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아름다운 그림이 나온 것도 사실이지만 딱 거기까지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그렇게 느낀 세 가지 이유를 간략하게 몇 자 쓰고자 합니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애니메이션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 첫째 이유는 그 소재 때문입니다. 타임 리프는 드라마든, 애니든, 만화든 아주 많이 쓰였고 그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힘든 소재입니다. 물론 시간축으로 장난을 치는 내용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면 신선할 수 있겠으나 당장 우리에게는 천만 관객을 넘은 영화인 인터스텔라가 있습니다. (정확하게 타임리프 내용은 아니네요.) 제가 인터스텔라에 대해서도 간단히 쓴 글이 있는데, 그 때 저는 인터스텔라가 아마겟돈의 개정증보판이라고 했습니다. (링크)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너의 이름은. 에서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계기는 운석입니다. 지구에 문제가 생기고 주인공은 시간축에 간섭을 하게 되지요. 결국 아마겟돈의 최종진화형, 혹은 인터스텔라에 속칭 '모에'를 섞은 결과가 너의 이름은이라고 봅니다.

 

 

 둘째 이유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지나치게 녹아있어서 몰입을 방해한다는 점입니다. 여자가 씹다 만 음식으로 술을 만든다든가, 남자 주인공이 지속적으로 여자 주인공의 가슴을 주무르는 등 한국인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있었습니다. 내용 후반부 여자 주인공이 산을 뛰어 올라가면서 치마가 올라가 팬티가 보이는 것 역시 일부 오타쿠 관객들을 노린 장면이었구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한창 성에 눈뜰 시기인 점을 표현했을 수도 있긴 합니다만, 이건 섹스 어필이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논외로 저는 미성 남자 보컬을 싫어하기에 일본풍의 삽입곡들도 별로였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이 영화의 줄거리에 있습니다. 미남미녀들이 운명으로 만난 상대와의 사랑을 자기 노력으로 이루어낸다는 이야기는 일본 오타쿠들을 대리만족 시켜주기 좋은 줄거리입니다. 그 이상은 없습니다. 제가 애니메이션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지는 몰라도, 영화 속에서 어떠한 문제 제기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표현론적 관점에서 아래의 감독 인터뷰를 참고한다면, 단순히 감독의 욕구 충족을 위한 질 낮은 영화로 폄하할 수 있는 여지까지 있습니다. 

 

 

 마코토 감독은 "마츠하라는 여자 주인공이 신사의 딸이어서 자신의 침으로 술을 만드는 장면을 특히 신경썼다"며 "좋아하는 아이의 타액으로 만든 '무엇'이라는 것이 10대 남자아이의 패티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마코토 감독은 "남자아이들이 보통 초등학생 때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피리를 빼앗아 핥는 아이들이 꽤 있다"며 "그 기분을 알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출처 : 인사이트 뉴스 기사 (링크)

 

 

 1월 20일 현재 이 영화는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기몰이를 하는 영화가 으레 그렇듯이 영화의 각종 소도구에 온갖 해석을 덧붙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 '시월애'를 둘러싼 표절 논란도 떠들썩하구요. 과연 이 영화를 둘러싼 대화들이 찻잔 안의 태풍으로 그칠 지, 아니면 한국의 서브컬쳐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작은 나비가 될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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