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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러브코미디 장르는 잘 챙겨보지 않는데다가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이라면 원래는 내가 잘 보지 않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메이션을 보게 된 건 이과가 분신사바 하는 만화를 보고 흥미가 동했기 때문이다. 비록 애니메이션에서 저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괜찮은 애니메이션이었다. 이야기의 기승전결도 적절했고 작화는 근래 본 애니 중에서 최상급이 아니었나 싶다. NP 문제라든가 선택공리 등도 애니 중에 나와서 비록 내용이 뭔지는 까먹었지만 내가 저런 걸 배웠었지 하는 반가움도 들었다. 이과 전공 내용의 특성 상 러브코미디와 버무리기 힘든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섞어냈기에 아마 2기도 챙겨보지 않을까 싶다.
올해 1분기 최악의 애니메이션. 원더 에그 프라이어리티의 한 줄 요약이다. 아무리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라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용두사미로 날려먹는 건 처음 봤다. 잘 나가던 이야기를 급발진시키는 실력은 샤를로트 저리가라 할 정도다. 적어도 샤를로트는 마지막 한 화에 이야기를 수습이라도 했으니까. 이 애니메이션이 가장 악질인 점은 1화부터 10화까지 빌드업을 아주 잘 해왔다는 점이다. 학교 내 왕따라는 소재도 사회성이 있는 소재였고, 작화나 음악 역시 이야기를 받쳐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차라리 시작부터 별로였다면 끝까지 챙겨보지는 않았을텐데. 이야기의 끝을 시작해야 할 11화에는 뜬금없이 최종보스 급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한 화로는 당연히 수습이 안 되는지라 12화에서는 추하게 특별편을 방영한다고 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망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흥행과 작품성이 연관 관계가 약하다는 것은 덕질 조금 해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21년 2분기 오드 택시는, 적어도 애니메이션이 작품성이 없어서 망했다는 소리는 피할 수 있다고 본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평범한 택시 기사를 두고 여러 사건들이 얽히면서 진행된다. 단순한 옴니버스 형식이 아니라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쳐지기에 시청자는 갈수록 호기심이 커지게 된다. 극의 마지막에서는 모든 사건이 명쾌하게 해결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그 동안 쌓아왔던 복선들도 전부 해결되기에(심지어 왜 등장인물들이 동물의 모습인지도 복선이다) 정말 플롯을 잘 짰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애니메이션을 단순한 캐릭터 팔이용 수단이 ..
음악이라는 소재는 애니메이션에 집어넣기에 항상 매력적인 소재이다. 케이온이나 울려라 유포니엄처럼 흥한 작품도 있는 반면, 캐롤&튜즈데이처럼 흥행에 실패한 작품도 있다. 이번 분기 Vivy -Fluorite Eye’s Song-은 다행히도 일단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왜 흥행했을까를 알아보는 건 왜 폭망했을까와 같이 의미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므로(그란벨름 리뷰 참고), 인상깊었던 부분을 언급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우선 전투씬과 작화가 상당히 준수했다. 작화는 정지 장면에서만 세세한 표현을 하는 것이 독특했고, 전투씬도 인물들의 이동이 역동적이었다. 다음으로, 음악 그 자체가 애니메이션의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도 참신했다. 오프닝과 엔딩곡 전부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이야기의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별로 좋은 기억이 없다. A.I.C.O.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었는데 이야기 전개가 영 시원찮았다. 그래서 이번 것도 별반 기대를 하지 않고 봤다. 사람이 곤충으로 변한다는 소재는 블랙 불릿을 연상케 하는데 의외로 원작 만화가 2005년부터 연재를 했다고 하니 이게 먼저인 셈이다. 이 애니메이션이 눈길을 끄는 점은 풀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시도니아의 기사, 보석의 나라 등 과거 많은 시도들이 있어 왔지만 다 약간씩의 하자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것은 보는데 어색함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뿐만 아니라 잠자리 모양의 괴물들도 나오는데 3D 모델링이 준수했다. 3D 애니메이션은 앞으로도 더 발전해 나갈 것 같은데 기대가 된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는 엉망이었다. 만화..
[덕후지수 : ★★★★★] 애니메이션 중 아이돌물을 싫어한다는 건 다른 글에서 이미 말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메이션을 보게 된 이유는 순전히 X무위키의 호평 때문이었다. 뭐 결론은 '위키의 평가 따위를 믿어서는 안 된다'를 재확인하는 것에 그쳤지만... 내가 2021년 본 애니메이션, 보게 될 애니메이션 중에서 최악을 고르라면 이 애니가 아닐까 싶다. 이름부터 연극(게키) + 아이돌(돌)인데 어느 하나 잘 살리지 못했다. 연극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돌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느낌. 게다가 서사의 갈등 역시 흔해빠진 아이돌물의 갈등이라서 전혀 새롭지 못했다. 문제는 한두개가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저렇게나 많은데 공기 캐릭터들이 상당수이다. 이야기의 핵심 반전 내용은 아 '알고보니 A가 B였어?'..
오디오 코멘터리를 듣고 재밌는 내용 위주로 추렸습니다.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오디션 관련 타네자키는 스이쇼 역할도 오디션을 봤음 유우키는 만게츠 신게츠 스이쇼 셋다 오디션 봤음 그런데 무조건 스이쇼라고 정해져서 자료를 받았는데 거기서 결말 정체까지 알아버림 일상생활이랑 라스트보스 모드 스이쇼 오디션 대본이 따로였다 히카사 역시 신게츠 스이쇼 오디션 봤는데 타네자키의 신게츠 듣고 이거다 했다고 함 이와미 마나카 역시 만게츠 신게츠 오디션 봤음 쿠보 유리카는 오디션 없이 나나 역 - 그 외 유우키는 신게츠 만게츠 캐릭터를 상상한 이미지대로 목소리가 튜닝이 되지 않았다 성우들과 스태프들이 전부 안나 캐릭터를 좋아했다 히카사는 별로 생각해서 연기하지 않는 타입, 그냥 열중해서 그 캐릭터가 된다고 캐..
이 글에는 영화 '날씨의 아이'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이야기를 음식에 빗댈 수 있을까. 이야기의 소재는 음식의 주 재료가 되고, 장르는 음식의 조리 방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체나 작화, 연출 등은 음식을 맛있게 하는 조미료가 되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느끼는 흥미나 몰입도는 음식의 맛이 된다. 이렇게 본다면 소년이 소녀를 만나는 소재, Boy meets girl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자주 쓰인 음식 재료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인 큐피드와 프시케의 이야기도, 아프로디테가 큐피드에게 프시케를 가장 못생긴 남자와 결혼하라고 시켜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년소녀의 만남은 수없이 많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에서 고아 핍은 에스텔러와의 만남으로 인해 신분 상승..
[덕후지수 : ★★★★★] 스포일러 있으니 조심하기 바랍니다. 어느새부터인가 내 취향이 좀 마이너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건 덕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 높은 점수를 준다. 남들이 써놓은 이야기를 모션으로 그려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주어진 것 없이 이야기부터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아이돌 종류의 애니메이션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기승전 노래로 끝나서 이야기가 엉성하며, 예쁜 캐릭터 상품을 파는 것이 목표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너무 눈에 보여서이다. 이렇다보니 나는 엄청 재밌게 봤는데 정작 다른 사람들은 아예 알지도 못하거나 재미없다는 반응을 자주 봐 왔다. 올해 3분기 애니메이션이었던 그란벨름 역시 그런 종류였다. 오래간만에 매 화가 기대되는 애니..
[덕후지수 : ★★★★★] 1년 전쯤 연재되기 시작해서, 여주의 처녀 논란과 남주의 호구같은 성격으로 각종 서브컬쳐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의 만화 내 이름은 소년 A가 완결이 났다. 위에 언급한 소재뿐만 아니라, 형사사건 이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대한 관계에 주목해봐도 충분히 재미있는 만화였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흔히 "나는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았는데, 법원과 사회에서 가해자를 용서했다"고 말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만화라고 본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남주의 호구같은 캐릭터성이다. 간단하게 이 만화의 배경 설명만 하자면, 여주와 남주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이자 중학교도 같이 다니고 있다. 물론 서로간에 호감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 선생이 여주를 강간하게 되고, 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