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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문사철

[도덕]칸트와 거짓말

Mariabronn 2015. 1. 14. 10:19

 도덕을 주제로 글을 더 써야 아무래도 사람들이 좀 볼 것 같아서 뭐로 쓸까 고민하다가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칸트와 공리주의에서도 보셨겠지만, 칸트는 보편화된 원칙을 세우고 그걸 지키고자 실천도 한 사람입니다. 칸트가 살던 마을 사람들은 그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하기에 시계가 필요없었다고 할 정도라고 하니까요.


 당연하겠지만, 칸트는 진실이라는 가치를 중요시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칸트는 거짓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우리들은 일상을 살면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합니다. 그것이 선의든 악의든 간에 말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선의의 거짓말을 할 때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불티나게 팔렸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도 나온 내용이지만, 좀 더 부연 설명을 붙이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봅니다. 살인자에게 쫓기고 있는 친구가 집에 숨겨달라하여 자기네 집에 숨겨둔 상태. 머지않아 살인자가 집에 찾아와서 그 사람 어디갔냐고 물어봅니다. 우리같으면 당장이라도 그 사람 본 적 없다거나 모르는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칸트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칸트에게 있어서 진실이란 보편화된 원칙이기 때문에 어느 경우에도 지켜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칸트는 고심 끝에 현명한 대답을 만들어 냅니다. "한 시간 전에 시장에서 봤는데요."


 이 말을 들은 살인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십중팔구는 허탕을 치고 돌아갈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것을 진실 호도하기(misleading the truth)라고 합니다. 그럼 결국엔 살인자를 속였다는 점에서 진실 호도하기나 거짓말이나 별반 차이가 없지 않느냐고 비판받는 것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칸트는 나름의 탈출구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거짓말은 진실에 대한 존중이 없지만, 진실 호도하기는 적어도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기에 진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지요.


 흥미로운 것은, 칸트의 말을 확장하여 조금 더 생각해 본다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거짓말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있으만 안 되는 예이지만 남편이 부인 몰래 바람을 폈다고 해 봅시다. 부인이 물어보기 전까지 남편의 외도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더라도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게 되는 셈이지요. 이 경우 분명 결혼 생활에 커다란 금이 갈 것이고, 신의 위반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진실을 왜곡한 것은 아니니까요.


 마지막으로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야말로 이러한 진실 호도하기를 잘 했던 사람입니다. 빌 클린턴은 마약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연방이나 주의 마약금지법을 어긴 적이 없다"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영국 옥스포드 학생 시절에 마리화나를 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이 말고도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 당시 법정에서 한 말도 유명해져서 남아있지요. 이렇게 진실 호도하기는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자칫하면 인간 관계를 무너뜨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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