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생활 (72)
잡동사니
저번 글에서 프레이밍 효과가 무엇인지 설명한 적이 있다. 2015년 11월 14일 조선일보 1면을 보고 나는 다시 그 효과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침부터 기분이 나빠졌다.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마치 시위대가 논술 수험생들을 고의로 방해하는 듯한 헤드라인이다. 나의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이를 통해서 조선일보는 '시위대는 나쁜놈!'이라는 틀을 은연중에 씌우려고 했던 것 같다. 저 상황에 대해 해명하자면, 시위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최근 핫한 이슈인 국사 교과서 국정화 때문이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이 여름에 발표되었으면 아마 저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또한, 주말밖에 시위의 시간이 나지 않는다. 수능날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물론 당국에서 수능 당일날의 시위는 허가를 안 내 주었겠지만.) 직장인..
저번에 썼던 90% 장비 강화권 1장 VS 30% 장비 강화권 3장의 실험이 이번 글의 동기입니다. (링크) 분명 저번 글에서 우리는 30% 세 장이 90% 한 장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확히는 30% 세 장이 도박적인 성향이 더 짙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10% 10장 쓰면 100% 성공 아니냐?"와 같은 질문을 한 걸까요. 아무래도 적은 돈으로 100%라는 효과를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이 됩니다. 그래서 저번 글에서 한 발만 더 나가보겠습니다. 1% 확률을 100번 시행하는 것처럼 x%의 성공률을 가진 사건을 y번 실행하되 x와 y의 곱이 100이 되는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해가 힘드신 분은 아래 굵은 글씨로 된 응용 부분과 결론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일단 원..
게임 유저들이 가장 쓸데없이 싸우는 이유 중 하나가 강화에 관련된 것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강화권에 대해 논란이 치열합니다. '10% 10장 바르면 100% 성공 아니냐?' 같은 말들이 인터넷에 자주 올라오곤 하는데요. 물론 저런 말이 농담인 걸 알지만서도 진지하게 분석을 하려고 합니다. 그럼 오늘의 사고실험 대상부터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내용과 지저분한 수식이 싫다 하시는 분들은 굵은 글씨로 된 가정과 결론만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내용이야 간단합니다. 현재 장비의 강화 단계와 상관없이 특정 확률로 +10강을 만들어 주는 강화권인데요. 과연 90% 한 장을 사는 게 이득인지 아니면 30% 세 장을 사서 모험을 해 보는 게 이득인지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먼저 원만한 사고실험을 위한..
우리는 이러한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가 써 있는 로고들을 수도 없이 봤습니다. 여러 종류의 글귀가 있지만, 가장 인상깊은 것은 '잊지 않겠습니다'류의 문구였는데요. 친구의 생일도 아니고 이런 거대한 사건을 단순히 추모하기 위해 기억하자고 할 리는 없습니다. 을사늑약과 경술국치를 잊지 말자고 하는 것도, 단순히 일본에게 주권을 내 주고 치욕스러운 지배를 받았다는 표면적인 사실 자체를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기서부터 역사적 교훈을 얻고자 함입니다. 세월호를 기억하자고 하는 사람들도 표면적인 추모만은 아닐 것입니다. 저 그림에도 써 있듯이 '행동하겠습니다'라는 의지를 보여주네요. 그렇다면 세월호 사건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이었을까요. 부수적인 화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
이번에도 제목은 거창합니다만 내용은 고등학생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내용입니다. 집합에도 크기가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참 쉽습니다. 다음과 같은 집합이 있다고 쳐 봅시다. 그렇다면 이 집합의 크기가 같다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이 가실 겁니다. 원소의 갯수가 같기 때문이지요. 수학적 표현으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그러나 과연 무한집합에서도 저렇게 집합의 크기를 잴 수 있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자연수 집합 중에서 짝수와 홀수의 갯수는 같습니다만,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심술맞은 학생들이 왜 같은지를 물어본다면 현재 수준에서는 대답하기가 조금 곤란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원소의 갯수가 같다'라는 것을 엄밀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같다'는 것은 집합 ..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 때문에 다시 한 번 표현의 자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을 간단하게만 요약하자면 프랑스 일간지 에서 강도높은 이슬람 풍자를 다루었고, 이에 격분한 무장세력이 총기로 테러를 가한 사건이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죽었다며 난리법석을 떨지만, 또 한편에서는 막상 프랑스 언론은 이슬람 풍자에만 관대하지 유대인 풍자에는 길길이 날뛴다며 '표현의 자유가 지닌 이중성'을 꼬집기도 했다. 살펴보고 싶은 점은 바로 이 대목이다. 표현의 자유가 지닌 이중성이라. 이해하기 쉽게 풀어 말하자면 이거다. '나는 내 마음대료 표현하겠지만, 너가 내 맘에 안 드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포장할 수 없다.' 정치색 가득한 사이트 이용하시면서 생각없이 키보드만 두들기는 몇몇 분들에게는 참 따끔한..
도덕을 주제로 글을 더 써야 아무래도 사람들이 좀 볼 것 같아서 뭐로 쓸까 고민하다가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칸트와 공리주의에서도 보셨겠지만, 칸트는 보편화된 원칙을 세우고 그걸 지키고자 실천도 한 사람입니다. 칸트가 살던 마을 사람들은 그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하기에 시계가 필요없었다고 할 정도라고 하니까요. 당연하겠지만, 칸트는 진실이라는 가치를 중요시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칸트는 거짓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우리들은 일상을 살면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합니다. 그것이 선의든 악의든 간에 말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선의의 거짓말을 할 때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불티나게 팔렸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도 나온 내용이지만, 좀 더 부연 설명을 붙이겠습..
지난 글 링크 : 공리주의와 칸트, 그리고 안락사 안녕하세요. 죽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저번 시간에 영화 두 편을 가지고 공리주의와 칸트에 대해 계속 이야기한다고 해 보았는데요. 영화 Primal Fear와 Music Box입니다. 1996년 작품 Primal Fear와 1989년 나온 Music Box 꽤 옛날 영화입니다. 사족이지만 돈만 들이부어 눈만 어지럽게 하는 요즘 영화보다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옛날 영화를 저는 좋아합니다. 아! 주제의식으로 들어가서 논점을 다루기 전에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강하니 영화 보실 분들은 보고 오셔도 좋습니다. 글 쓰는 지금은 주말이니 불금 보내시고 집에서 푹 쉬는 중이시라면 더더욱이요. Primal Fear의 주인공은 살인을 저지른 정신병자의 변호를 맡게 됩니..
안락사(安樂死). 그대로 번역하면 편안하고 즐겁게 죽는다는 뜻입니다. 저런 죽음이 존재하는지는 제쳐두고, 오늘은 안락사가 이슈가 되는 이유와 그 배경에 함축된 도덕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안락사는 주로 식물인간이나 불치병, 혹은 고통스러운 질병의 말기에 걸린 사람들을 죽게 해 주는 것입니다. 속된 말로 '편히 보내드린다'라고도 하지요. 치사성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생명 유지장치의 전원 공급을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이 별로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진은 내용과는 관계없습니다. 있을지도?) 안락사에 대하여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살만큼 사신 분인데, 온갖 의료 기기에 매달려..
옛날 옛적 쇼곱하기쇼는 쇼라는 광고가 있었더랬지요. 그런데 꼭 장난치는 친구들이 저걸로 방정식을 세웠습니다. '쇼곱하기 쇼는 쇼에서 쇼는 영하고 일이네. 쇼곱하기쇼곱하기쇼는 쇼에서는 0, 1, -1이네' 그 때는 저 두개밖에 계산을 못 할 지식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일반적으로 해를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 식에서 0은 너무 당연한 해(전문용어로는 trivial solution이라고 부릅니다.)이므로 버리고 '쇼=x'로 치환하면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식을 얻습니다. 그렇다면 이 식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3차나 4차까지는 일반해를 구할 수가 있습니다. 이게 3차의 해입니다. 이제 n=2,3,4일 때의 해를 복소평면의 단위원 위에 표시해봅시다. 복소평면이 어려우신 분에게는 좌표평면에서의 y축을 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