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던파캐스트]강화권으로 알아보는 행동경제학 본문

취미생활/PC게임

[던파캐스트]강화권으로 알아보는 행동경제학

Mariabronn 2016. 10. 16. 15:28

 꽤 된 일이지만, 던파캐스트 활동을 하면서 강화권과 관련하여 글을 남긴 적이 있었습니다. (90% 강화권 1장 vs 30% 강화권 3장) 그런데 이 때 독자 분들의 반응이 아주 뜨거워서, 강화권과 관련하여 글을 하나 더 쓰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복잡한 수식이 필요없는 분야인 행동경제학입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실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배경설명을 하겠습니다. 학교에서 경제학을 배울 때, 비록 선생님들이 언급하지는 않지만 암묵적인 전제로 깔고 시작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던파를 즐기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이켜 볼 때, 인간을 마냥 이성적인 존재라고 간주하기엔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아바타에 반해서 절탑 항아리 깔 돈을 써버릴 때도 있고, 마구잡이로 강화를 지르고 무기가 터진 뒤에야 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2002년 대니얼 카너먼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면서 유명해진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듭니다. (이하는 네이버캐스트 - 행동경제학 속의 인간이 출처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실험 하나. 미국 방역 당국은 정글 모기가 퍼트리는 신종 전염병에 맞서고 있다. 이 병을 방치하면 600명이 목숨을 잃게 된다. 당국은 두 가지 전략을 마련했다. 예상되는 결과는 다음과 같다.


A안에 따르면 200명이 살게 된다. B안에 따르면 600명이 다 살 확률이 1/3, 아무도 살지 못할 확률이 2/3다.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이 물음에는 응답자 대부분이 A안을 선호했다. 200명의 목숨을 확실히 구할 수 있는 A안보다 결과가 불확실한 B안을 꺼리는 위험회피 성향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말을 바꾸어 물어보면 어떨까?


A안에 따르면 400명이 죽는다. B안에 따르면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1/3, 600명이 다 죽을 확률이 2/3다.


이번에는 대부분 B안을 선호했다. 400명이나 확실히 목숨을 잃는 걸 지켜보느니 차라리 가능성은 낮지만 모두를 살릴 수도 있는 모험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위험회피적이던 응답자들이 갑자기 위험추구 성향으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같은 문제라도 대안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게 프레이밍 효과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한 이 실험(원문에는 ‘아시아질병 문제 Asian disease problem’로 나와 있다)은 사람들이 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첫 번째 물음에서 200명을 확실히 살리는 A안을 택한 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면 두 번째 물음에서도 같은 A안을 택해야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이 손실에 민감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은 '전망이론'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정도가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득이냐 손실이냐에 따라 인간은 가치를 다르게 측정합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알겠지만, 산출물(outcome)을 x축으로 하는 상황에서 이득(gains)보다는 손실(losses)쪽에서 기울기가 가파릅니다. 이를 강화권에도 적용시켜보면 어떨까요?



    



 현재 강화권 아이템 설명 사용되고 있는 단어는 긍정적인 단어입니다. 10%, 30% 확률로 강화시켜 준다는 것이 내용의 골자죠. 하지만 단어를 조금만 바꿔서 '90% +10 장비 강화 실패권' 혹은 '70% 강화 실패권'이라고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확률이 낮은 강화권이 안 팔릴 게 뻔할 것 같습니다. 강화로 인해 돈을 자주 날리시는 분들은 저확률 강화권을 사기 전에 이 사실을 되새김질 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우리가 강화권을 살 때에도, 왠지 낮은 확률의 강화권이 잘 붙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제가 저번에 작성했던 90% 1장 對 30% 3장에서도 많은 분들이 30% 3장을 옹호하셨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위의 그래프에 나와 있는 확률 가중 함수에 기인합니다. 그래프를 말로 풀어서 설명하자면, 대략 확률이 35%보다 낮은 지점에서는 실제 확률(actual probability)보다 체감 확률(perceived probability)이 더 높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확률이 35%보다 높은 지점에서는 실제 확률보다 체감 확률이 더 낮아집니다. 90% 강화권을 산 뒤에도 불안감을 심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여기에 해당되겠네요.



글을 마치며


 강화는 던파를 하면서 반드시 겪어보게 되는 컨텐츠입니다. 강화 질러보려고 장비 보호권까지 사 놨는데, 10강은 가지도 못하고 9999999 비둘기 소리를 짖어대는 무기를 보면 속이 터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는 정직합니다. 시도 횟수가 많아지면 평균에 수렴하게 되지요. 때로는 우리 느낌보다 잘 붙을 때도 있고, 때로는 안 붙을 때도 있으나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그게 정상입니다. 강화하다가 스트레스 받아서 풍진처럼 머리가 다 까지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2016.10.19 글 작성 및 던파캐스트 등록)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