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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애니메이션이든 갑자기 어이없는 전개가 진행되면 나는 작품을 보다가도 작가의 존재가 느껴져서 찝찝해질 때가 있다. 넷플릭스 영화 스파이더헤드도 이러한 영화였다. 특수한 교도소에서 약물 실험을 한다는 시놉시스가 흥미로워서 간만에 영화를 봤는데 이야기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실험자와 피험자의 구분이 불명확한 것도 일부러 후반부에 사고가 터지게 만드려고 해 둔 장치였고, 시청자들이 충분한 납득이 가게끔 등장인물들에 색을 입히는 과정도 부족했다. 그래도 킬링타임으로는 나쁘지 않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최근에 뉴스를 보다가 무전취식, 속칭 먹튀가 소상공인을 괴롭힌다는 뉴스를 봤다. 저렇게 먹튀를 하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저 뉴스를 보고, 시험에는 필요하지 않았기에 머리 속 한 구석에 묵혀두었던 궁금증이 떠올랐다. 술수를 부려 물건을 훔쳐가면 사기죄냐 절도죄냐 하는, '책략절도'에 관한 쟁점이다. 자전거를 시운전할 것처럼 받아 그대로 운전하여 도주한 경우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한 68년도 판례(68도480)가 있긴 하지만, 최근의 금은방 도주 사건에서는 절도죄라고 판시한 바가 있다(94도1487). 절도죄로 보는 다수설의 이유는 단순히 물건을 건네받은 것만으로 점유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도망가는 행위'로써 물건의 점유를 완성시킨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그런데 다수설의 논리대로라..

최근 키움 히어로즈의 송성문 선수가 덕아웃에서 상대 선수들을 조롱해서 논란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영상을 촬영하는 과정이 KBO와 협의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점을 지적하는 네이버 기사도 있었는데요. (링크) 댓글의 반응들을 보니 사람들은 별로 공감을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저는 기사의 내용에 공감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물론 송성문 선수가 잘못한 것은 맞고, 개인적으로 사과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저런 행위를 과연 불법 영상까지 찍어가며 잡아낼 필요가 있을까요? 형사법에서도 비슷한 딜레마가 있습니다. 과연 범죄자들을 잡는 것을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함정수사, 도청, 영장주의 위배 등)까지 써 가면서 해야 하냐는 것입니다. 판례는 다음과 같은 설시를 합니다.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N2 따자마자 N1을 봐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겨울 시험은 보지 못하고 여름 시험을 봤습니다. 고사장 스피커가 좀 울려서 청해가 좀 힘들었는데, 생각보다는 잘 나와서 다행입니다. 독해는 원래 아리송한 문제가 많은 편인데 이번에는 그런 게 적어서 잘 봤네요. N2 딸 때만 해도 애니메이션 자막 만들어보는 것이 바람이었지만 알아보니 저작권 침해의 가능성이 커서 그 쪽은 관두기로 했습니다.
어쩌다가 흥미로운 글을 읽어서 그에 대한 생각을 쓰고자 한다. 아래 글의 주제는 남녀임금격차인데, 이 분이 쓰신 글과 근거로 제시한 다른 분들의 글은 전부 남녀 간에 생산성 차이가 없는데도 임금 격차가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고로 블로그에 링크된 다른 글도 언급을 하려댜가 인적자본가설과 차별 가설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기에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적자본가설은 남녀 간 차이가 있다고 전제하는 반면, 차별 가설은 남녀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여성은 어떤 지위에 놓여 있나? http://blog.naver.com/hong8706/220779177332 우선 사실명제과 당위명제의 차이점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고 시작하려고 한다. 사실명제는 가치를 함축하고 있지 않다...
2016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환경조각전을 개최하며 이수홍 홍익대 조소과 학과장 42회를 맞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의 환경조각전은 정규교과수업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졸업을 위한 필수과목입니다. 매년 그러하듯이 학기의 시작 시점에서 아이디어와 스케치를 지도교수와 상의하여 정식절차를 밟아 교내의 여러 장소에 작품을 설치하는 야외조각전 형식을 티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 작품명 는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의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제작 의도는 일베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현재 존재하는 가치의 혼란, 극단적 대립 그리고 폭력성 등 일베 논란에 대하여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사회가 변화하는 것과 동시에 이러한 이분적인 대립이 심각해지는 현상을 걱정스..
한국어문회 한자 1급을 딴 지도 5년이 넘어서 거의 다 까먹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특이한 한자들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한자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복잡한 글자들이라 잘 안 보일 것을 대비해 간략한 설명도 붙이겠습니다. 1. 櫛 머리를 빗는 빗을 뜻하는 '빗 즐'자 입니다. 나무 목(木)을 부수로 절(節)이 우측에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쓰임새는 '즐비(櫛比)하다' 밖에 없을 정도로 안 쓰이는 글자입니다. 초등학교 때 한자변환을 하다가 이 글자를 찾고 신기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철을 변환해서 凸을 찾으려다 '즐도 있나 찾아볼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네요. 2. 凜 얼음 빙(氷)을 부수로 품(稟)이 우측에 붙어 있습니다. 흔히들 사내아이보고 늠름하다고 표현하는데, 이 '찰 늠'자를 ..
문사철이라 하면 문학, 역사, 철학을 뜻하지만 여태 역사 대신에 사회현상과 관련된 글들을 썼다. 둘의 한자가 다른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의 사회현상들도 나중엔 역사가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이번 글은 제대로 역사에 대해 쓰려고 한다. 우선은 사회진화론이라는 소재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회진화론은 허버트 스펜서가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받아 내세운 이론이다. 그 내용은 한 마디로 사회도 진화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보면 다윈의 진화론을 잘못 이해했다고 비판이 가능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 이론은 서구 열강들이 제국주의 통치를 하게 되는 이론적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 (참고로 사회진화론과 진화론의 차이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새의 날개가 없어지는 퇴..
특정 분야에 해박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핀잔을 줄 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이거다.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이런 발언은 유명인들이 할 때 특히 구설수에 오르기 쉽다. 당연히 듣는 입장에서는 화가 나기 마련이다. '자기가 알면 뭐 얼마나 안다고!'하고 생각하거나 '꼭 잘 알아야만 뭐라고 할 수 있는건가?'라고 의문을 품기도 한다. 한 예로, 축구선수 기성용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발언이 인터넷에 남아있다. TV로 축구 보면서 답답하면 우리들이 직접 가서 뛰라고 말한다. 술집에서 "밥 먹고 공만 차는 것들이 저것밖에 못 하냐~"하던 아저씨의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인 허영무도 비슷한 발언을 남겼다. 한창 허영무가 슬럼프 기간일 때, 마찬가지로 싸이월드에 위와 같은 발언을 남긴 것이다..
소설 고전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쿠드랴프카의 차례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단 장르는 추리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중학생 때 셜록이나 뤼팽 시리즈를 종종 읽었는데요. 비교적 활동량이 많은 저 둘과는 달리 이번 소설의 탐정은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입니다. 다시 말해 이 시리즈의 주인공 오레키 호타로는 직접적인 증거 확보 없이 오로지 생각만으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유형의 탐정입니다.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이야기의 전개와 짜임이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네 명의 인물, 두 개의 사건이 하나의 소재와 주제를 중심으로 얽혀나갑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들은 한 소재에 하나의 사건이 얽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 안에서는 만화책 한 권에 대해 두 사건이 동시에 얽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