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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키워드 분석 - 희생

Mariabronn 2015. 3. 14. 09:00

[덕후지수 : ★★★★★]


 말했던 대로 희생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고작 애니메이션 가지고 키워드 분석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나 하고 한심하게 생각하실 분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 상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상황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그 상황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 키워드에 대해서 분석하기에는 나름 괜찮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 물론 여러 작품의 스포일러가 들어있으니 스포일러가 되는 작품 목록을 빨간색 글씨로 나타내겠습니다.


 우선 희생이라는 단어부터 알아봅시다. 네이버 사전에는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 또는 그것을 빼앗김."이라고 써 있네요.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한자입니다. 희생은 犧生으로 쓰는데요. 犧자는 속자로 쓸 때는 소 우(牛)에 의로울 의(義)를 써서 표현하기도 합니다. 고대 제사 의식에서 가축을 잡아다 제물로 바치는 데에 주로 소가 사용되었나 봅니다. 그래도 한자를 풀이하자면 소가 의로운 일을 했다고 말은 좋게 해 주네요. 그런데 과연 희생의 대상이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동물의 경우, 그 동물의 의사를 묻지 않고 그냥 죽여서 제물로 바치면 그만이었습니다. 과연 인간이 희생을 하게 된 경우에도 그런 것이 가능할까요. 그래서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애니메이션들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빙과

selector infected WIXOSS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Fate/Zero


이하 스포일러 주의





1. 빙과 - 희생자의 동의를 얻었는가?



 빙과 초반부에 나오는, 여주인공 치탄다 에루가 외숙부인 세키타니 쥰의 행방을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세키타니 쥰은 소속 고등학교에서 동맹휴학이 일어나자 원치도 않지만 동맹휴학의 '명목상의 리더'가 됩니다. 물론 실질적인 리더는 따로 있지만요. 그런데 대규모 캠프파이어를 하다가 학교의 건물 하나가 불타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학생들은 이 사건만은 동맹휴학으로 합리화를 시킬 수 없게 됩니다.

 그 결과 명목상의 리더인 세키타니 쥰을 퇴학시키기로 처리합니다. 정작 본인은 그에 대해 한 마디도 못하고 문집부의 제목을 빙과라고만 정한 채 퇴학당합니다. 희생자의 동의 없이 아무나 잡아다 희생을 시킨 것이지요. 물론 그 결과는 고전부 4인방과 애니메이션 시청자가 느끼는 씁쓸함입니다. 동물과는 다르게 인간인 경우 희생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selector infected WIXOSS(이하 위크로스) - 주변 사람의 동의를 구하였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수많은 관계를 쌓아갑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희생에 동의하여도 주변 사람들이 만류하는 경우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식물인간의 장기 기증 여부에 대해서도 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하니 비슷한 경우로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여하튼, 위크로스에서는 희생의 사회적인 관점을 부각시켜 줍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카드배틀을 통해 카드 안에 있는 루리그가 플레이어의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플레이어가 새로운 루리그가 되어 카드 안에 갇히고 루리그가 플레이어 대신 세상으로 나와서 플레이어의 소원을 이룬다는 반전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인 코미나토 루우코는 자신이 카드 안에 갇히는 대신 모든 루리그들을 해방시켜달라는 소원을 최종전에서 빌게 됩니다. 그러나 루우코의 루리그인 타마는 루우코의 희생에 동의할 수 없었고, 소원에 필요한 선서의 내용을 거짓으로 알려 줍니다. 그 결과 소원은 무산이 되고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위크로스 2기로 넘어가게 됩니다.





3.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 희생자에게 숨겨진 목적은 없는가?



 바로 지난 리뷰에서 이 작품에 대해 분석했었습니다. 희생자들이 되었던 마법소녀들은 그 소원에 다른 욕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그 욕망이 반대로 이루어진 것뿐만 아니라 처참한 결과에 치닫고 맙니다. 고대 제사의 주관자들이 목욕재계를 하면서 몸과 마음을 씻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희생자가 다른 마음을 품지 않는 것도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희생이라는 것이 애초에 자기의 목적이나 의도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는 개념인데, 희생자의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는 순간 온전한 희생이 아니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4. Fate/Zero - 과연 희생으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가?



 한 번의 희생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 사례는 현실에서나 애니메이션에서나 숱하게 찾아볼 수 있지만, 가장 극단적인 예가 이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인공인 에미야 키리츠구는 성배전쟁에서 승리할 목적으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선택을 계속해서 해 옵니다. (이것이 정말로 공리주의적인 행동인지는 나중에 다시 다룰 생각입니다.) 심지어는 가족들과 자기 자신마저도 희생을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희생의 결과를 보자면, "글쎄올시다" 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우선 자기 자신은 만신창이가 된 나머지 딸과도 이별해 버렸으며, 성배전쟁의 근원도 뿌리뽑지 못해 5차 성배전쟁이 일어날 여지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무턱대고 희생을 한다고 다가 아니라, 희생을 일으키는 원인 자체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분명히 고려 대상에 포함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펴보니 희생이라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운 개념같아 보입니다. 무엇 하나라도 모자르면 희생자가 원했던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일어나 버리니까요. 분명 그래서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소재가 많이 떠올랐는데 막상 자판을 두들기니 내용이 의외로 빈약하네요. 희생에 대한 관점이 추가될 때마다 글도 수정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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