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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오리지널 치고는 간만에 봐 줄만한 애니메이션이었다. 3D 그래픽을 사용한 것 같은데 예전의 보기 힘든 그런 그래픽이 아니었다. 스토리도 옴니버스 형식이라 엉성할 부분이 애초에 적었고 마무리도 나름 잘 됐다. 그런데 그 놈의 세계관이 너무 아쉬웠다. 부분부분 세계관에 대한 설정이 주어지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작중 인물들이 어떤 세상 속에 있는지가 불명확했다. 특히 소재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을 도와주는 탈출업자'인데 왜 탈출하고 싶어하는지, '어디로부터' 탈출하고 싶어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했다. 추후 극장판도 나오는 모양인데 그 때 떡밥이 다 해소되기를 기대해본다.
웬만하면 작품 제목을 다 쓰고 싶은데 이 애니메이션은 그럴 가치가 없었다고 본다. 흔한 이세계 전생 먼치킨물에 하렘내용까지 들어가니 전형적인 오타쿠 망상 내용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마법을 쓰는 학원이 배경인데도 뜬금없이 로봇이 나온다는 세계관도 이상했고,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여캐들의 눈동자 표현도 00년대 초중반의 눈깔사탕 캐릭터들을 보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등장인물도 너무 많아서 애니메이션 내용이 산만해지는 것도 문제였다. 왜 이 애니를 보겠다고 골랐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골랐던 것이 분명하다. 호화 성우진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간만에 원작 홍보용 작품이 잘 뽑혔다는 생각이 드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주인공부터가 '이세계로 와서 깽판을 치는 학생들을 죽이는 사제'이니 이세계 먼치킨물에 질린 사람들에게 딱이다. 흔한 타임루프 소재를 또 써먹는다는 점은 아쉽지만, 대부분의 루프 능력자들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스스로가 죽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도 신선했다. 작화가 망가지는 장면도 없었고 전투씬도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 화도 소설 원작 애니메이션들이 늘 그렇듯이 새로운 적들의 등장을 암시하면서 끝나지만 예상 외의 인물이었기에 오히려 기대가 됐다. 원작 소설도 국내 정발이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완결까지 다 번역이 된다면 사서 직접 보고 싶다.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애니메이션이든 갑자기 어이없는 전개가 진행되면 나는 작품을 보다가도 작가의 존재가 느껴져서 찝찝해질 때가 있다. 넷플릭스 영화 스파이더헤드도 이러한 영화였다. 특수한 교도소에서 약물 실험을 한다는 시놉시스가 흥미로워서 간만에 영화를 봤는데 이야기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실험자와 피험자의 구분이 불명확한 것도 일부러 후반부에 사고가 터지게 만드려고 해 둔 장치였고, 시청자들이 충분한 납득이 가게끔 등장인물들에 색을 입히는 과정도 부족했다. 그래도 킬링타임으로는 나쁘지 않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스팀에 켐코 게임이 들어와있길래 몇 개 사서 하는 중이다. 켐코가 한글 번역은 안 하는 퍼블리셔다 보니 게임 제목은 내가 임시로 번역한 것이다. 최근에 나온 게임이라서 예전의 쌈마이한 그래픽이 눈에 걸리던 켐코 게임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래도 변한 건 그래픽일뿐, 게임의 스토리라든가 진행 방식 등은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뭐 그런 맛에 켐코 게임을 하는 거지만... 오히려 스토리만 놓고 보면 이전의 켐코 게임들에 비해 다소 퇴화한 느낌도 든다. 22시간 정도 플레이해서 최종 컨텐츠까지 다 보긴 했는데 뭔가 게임시스템도 획기적인 건 없어서 아쉬웠다.
최근에 뉴스를 보다가 무전취식, 속칭 먹튀가 소상공인을 괴롭힌다는 뉴스를 봤다. 저렇게 먹튀를 하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저 뉴스를 보고, 시험에는 필요하지 않았기에 머리 속 한 구석에 묵혀두었던 궁금증이 떠올랐다. 술수를 부려 물건을 훔쳐가면 사기죄냐 절도죄냐 하는, '책략절도'에 관한 쟁점이다. 자전거를 시운전할 것처럼 받아 그대로 운전하여 도주한 경우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한 68년도 판례(68도480)가 있긴 하지만, 최근의 금은방 도주 사건에서는 절도죄라고 판시한 바가 있다(94도1487). 절도죄로 보는 다수설의 이유는 단순히 물건을 건네받은 것만으로 점유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도망가는 행위'로써 물건의 점유를 완성시킨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그런데 다수설의 논리대로라..
시도는 괜찮았으나 내용물이 너무 형편없었다. 시작부터 트롤리 문제를 내며 신선한 출발을 했으나, 그마저도 기시감을 느꼈던 것은 아무래도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냄새가 나서 그랬던 것 같다. 심지어 주제의식마저도 '빅 브라더' 같은 통제장치의 위험성이니 식상할 수 밖에 없다. 여캐를 팔아먹고 싶은 건지 남캐를 팔아먹고 싶은 건지 애매한 그림체, 후반부에 뜬금없이 우정 과시하려고 서로 치고박는 씬, 갑자기 등장하는 그래피티 내용 등등 애니 제작비가 아깝다고 느껴지는 애니메이션이었다.
블로그 글들을 봐온 사람이라면 의아함을 느낄 것이다. 한국 드라마를 리뷰한 적은 여태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한 글에 두 리뷰를 합치는 경우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개를 같이 리뷰하는 건 소재의 유사성 때문이다. 소년심판은 한국의 판사들을 소재로 하는 반면, 하코즈메는 일본 파출소의 경찰서를 소재로 삼고 있다. 각 직업에 대한 고증에 있어서 양 작품 모두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하코즈메는 전직 경찰관이 그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기에, 지극히 현실적인 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호평할 만하다. 소년심판 역시 밤늦게 판사가 골무 끼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적어도 업무 강도에서는 1%의 허구도 섞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소년심판이 아쉬웠던 점은 강원중이라는 인물이 지나치게 극..
옛날에 본 애니메이션의 신작이 나왔대서 단순히 리뉴얼인 줄 알았는데 완전 신작이었다. 착각할 만도 한 게, 과거 이야기들이 살짝 뒤틀려서 거의 비슷하게 반복되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이야기와 전개는 마음에 들었고 특히 마지막의 전투 장면이 참신했다. 다만 캐릭터 한 명의 성격을 아예 갈아엎으면서까지 이야기를 진행시킨 것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것도 루프 능력을 가졌는데 공부하기 싫다는 게 이유이니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혹평을 들은 것에 비해서는 볼 만 하지 않았나 싶다. 가끔 작화가 무너지고 아예 다른 캐릭터처럼 보일 정도로 액괴가 될 때도 있지만 내 기준에서는 충분히 합격이었다.